“백신 운송작전, 22가지 위기상황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7일 03시 00분


초대 코로나 백신 수송지원본부장, 임무 마치는 박주경 육군 중장
“제주행 선박 출항 늦춰 운송 등 지금까지 호송 백신 폐기사례 없어
질병과의 전쟁, 軍 본연의 임무 돼”

박주경 코로나19 백신수송지원본부장(육군 중장)이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백신수송지원본부에서 백신 수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수송지원본부 제공
박주경 코로나19 백신수송지원본부장(육군 중장)이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백신수송지원본부에서 백신 수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수송지원본부 제공
“그동안 육군 특전사가 백신 차량을 호송하고, 각 지역 장병들이 예방접종센터를 지키는 모습만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운송 작전’은 그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15일 충북 청주시 코로나19백신수송지원본부(지원본부)에서 만난 박주경 중장(57)의 말이다. 그는 초대 본부장으로 1년 가까이 코로나19 백신 수송 작전을 지휘했다. 지원본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소속의 범정부 기관으로 1월 출범했다. 군과 경찰, 소방 등 46명이 소속됐다.

지원본부의 임무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 배송이다. 국내에서 백신이 처음 유통될 때 한국 도입부터 일선 병원 운송까지 전 과정을 설계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백신을 싣고 오는 물류 업체와 연락해 백신이 제때 도착할지 여부부터 확인한다. 박 중장은 “시스템 구축과 위기관리 측면에서 군 조직의 강점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지원본부는 지금도 모든 백신 수송을 호송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해 폐기되는 백신을 최소화한다. 박 중장은 “지금까지 호송한 백신 중 폐기된 백신이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예비 계획도 있다. 예컨대 ‘폭설에 폐기 위기를 맞은 백신은 지역 주민에게 먼저 접종한다’는 식이다. 자연재해, 교통사고, 테러 등 큰 분류의 위기 상황만 22개에 이른다.

지원본부가 1년 동안 백신 수송을 책임지면서 위기 상황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9월 루마니아에서 백신 150만 회분을 도입할 때다. 당시 백신이 부족해 지원본부 설립 멤버인 권강민 중령(43)이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로 갔다. 권 중령이 백신을 확인해 보니 약 1만 회분(2억∼3억 원 상당)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교섭 끝에 백신은 교체했으나 포장 시설로 백신을 보낼 트럭이 예정보다 2시간 늦게 도착했다. 포장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백신 53만 회분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실었다. 당시 국내 하루 접종량의 절반에 해당됐다.

제주로 가는 백신 트럭이 선박을 타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트럭 무게를 재는 계측소가 갑자기 휴업한 것이다. 수송본부는 즉각 항만 관리소에 “출항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고 다른 계측소를 찾아 나섰다. 결국 당초 출항 시간보다 1분 늦게 제주로 백신을 보낼 수 있었다.

코로나19 백신 수송 초기에는 각 병원까지 따라간 특전사 요원들이 동네 병·의원에 “냉장고 온도를 잘 지켜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박 중장은 “장병들이 전방에서 경계 철책을 보듯 백신을 살피고 있다”며 “보시면 다들 ‘고생한다’고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16일 본부장 임무를 마치는 박 중장은 내년 2월 전역한다. 전역 후 ‘전쟁 중 질병’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질병과의 전쟁이 더 이상 군의 부가 임무가 아니라 본연의 임무가 됐다”고 강조했다.

#백신 운송작전#백신 수송지원본부#박주경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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