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남편 사진 걸고 매일 기도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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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수원서 전사 추정 박동지씨 71년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
유해 발굴하고도 신원확인에 9년…평생 기다린 아내 92세로 사망
“2년만 빨랐다면 형수 한 풀었을것”

“형님 유해를 조금 더 빨리 찾았더라면 돌아가신 형수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었을 텐데….”

결혼 직후 6·25전쟁에 참전했다 1950년 전사한 박동지 이등상사(사진)의 남동생 박희만 씨(69)는 형의 유해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3일 경기 파주시 동패동에 있는 유족 자택에서 181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박 이등상사에 대한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했다. 전사 후 71년간 임야에 묻혀 있던 고인이 마침내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1928년에 태어난 박 이등상사는 4남 4녀 중 장남으로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전했다. 고인은 국군 제1사단 12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1950년 7월 3일부터 이틀 동안 벌어진 경기 수원 북방전투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이등상사의 유해는 9년 전인 2012년 한 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수습됐다. 발굴 현장에서는 60mm 박격포탄과 수류탄이 함께 발굴됐고 고인의 좌측 대퇴골 부위의 일부 유해와 전투화 밑창, 버클 등 유품이 함께 발견됐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의 한계로 당시엔 신원이 확인되지 않다가 올해 실시된 검사에서 뒤늦게 신원이 확인됐다고 한다.

유해발굴감식단은 뒤늦게나마 고인의 신원이 확인될 수 있었던 건 유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인의 동생과 조카 등 유족들은 2006년과 2013년,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다만 고인의 아내는 불과 2년 전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부인은 생전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군복을 입은 고인의 사진을 걸어놓고 매일 기도하며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행사에서 유족에게 신원확인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유해를 발굴해도 누구의 유해인지 알 수 있는 전사자 위치 정보나 단서가 대부분 없기 때문에, 유가족의 시료를 확보해야만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적극적인 시료 채취 동참을 호소했다.

#6·25전쟁#박동지 이등상사#유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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