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심 여사, 유가협 회장 맡아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등 이끌어
文대통령 조문… “민주주의 만들어”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가 9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2015년 6월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기념비 제막식에서 배 여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 여사의 빈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청와대 제공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오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평범한 주부였던 배 여사는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아들이 최루탄을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일생을 민주화운동에 바쳤다.
배 여사는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9일 새벽 다시 쓰러진 이후 소생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유족과 협의해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가안) 장례위원회를 꾸려 광주에서 3일장을 치른 뒤 서울에 별도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배 여사는 경찰 고문으로 숨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씨와 함께 각각 ‘유월의 어머니’ ‘유월의 아버지’로 불렸다. 1998년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 천막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배 여사는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당시 훈장을 직접 수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빈소가 있는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던 배우 강동원 씨도 이날 빈소를 찾아 20여 분간 머물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강 씨는 영화 출연 이후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익명으로 2억 원을 특별 후원했다.
빈소 안내판에는 3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 이한열’의 이름이 유가족 중 맨 앞에 표기돼 눈길을 끌었다. 빈소를 지키던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72)은 “배 여사는 강직하고 의리 있는 성격으로 아들 한열이를 너무 사랑했다. 하늘나라에서 한열이를 만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는 이한열 열사가 잠든 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광주 망월동 8묘역.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062-231-8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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