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 경기 부천 상동센터에서 600번째 헌혈을 한 박기식 씨(54·사진)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이날 600회 이상 헌혈을 한 국내 15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 씨는 18세 때부터 36년 동안 꾸준히 헌혈해 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하던 그는 자신의 혈액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 헌혈을 시작했다.
박 씨가 그동안 헌혈을 위해 뽑은 피는 300L에 달한다. 박 씨는 “처음에는 이웃을 돕고 초코파이도 받는 재미에 헌혈했는데, 어느 순간 격주로 일요일에 헌혈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벌써 600번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서 대부분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등에 기부했다. 건강을 유지해 헌혈을 할 수 있는 만 69세까지 계속해서 헌혈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박 씨뿐 아니라 그의 형 박갑식 씨(64)도 지금까지 헌혈을 300번가량 했다. 형제의 헌혈 횟수를 더하면 약 900회에 달한다.
박 씨는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마라토너처럼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선행인) 헌혈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헌혈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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