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아들을 사고로 잃고 장기 기증을 다짐한 아버지가 두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형석 씨(56·사진)가 15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숨졌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11일 새벽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탓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앞서 이 씨는 2011년 첫째 아들 성진 씨를 스물셋의 나이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해 군 복무를 마친 성진 씨는 9월 대학에 복학하자마자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천주교 신자인 이 씨 가족은 평소 성진 씨의 신념에 따라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기 어려운 상태로 판정돼 끝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성진 씨의 장례를 마친 뒤 남은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이 씨의 가족들은 “(이 씨가) 첫째 아들이 장기 기증을 하지 못한 것을 많이 안타까워했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아내는 “착한 아들이 장기 기증을 하지 못하고 떠나 아쉬움이 컸다”며 “사랑을 베풀고 가 고인도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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