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쟁은 언제나 파멸 불러” 러에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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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취임 후 첫 TV토크쇼 출연
“오늘날 지중해 난민의 공동묘지 돼… 유럽 각국 할당제 합의해 도와야
난 聖人 아냐… 우정 나눌 친구 필요, 관저 아닌 방문자 숙소 사는 이유”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인기 토크쇼 ‘케템포케파’에 출연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이 있는 바티칸과 스튜디오가 위치한 이탈리아 밀라노를 원격으로 연결했다. 사진 출처 바티칸뉴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인기 토크쇼 ‘케템포케파’에 출연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이 있는 바티칸과 스튜디오가 위치한 이탈리아 밀라노를 원격으로 연결했다. 사진 출처 바티칸뉴스
프란치스코 교황(86)이 2013년 취임 후 처음으로 TV 토크쇼에 출연해 난민 및 전쟁에 관한 의견, 소소한 일상 등을 언급했다. 그는 즉위 후 각국 언론과 수많은 인터뷰를 했으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질문을 받고 답한 것은 처음이다.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토크쇼 ‘케템포케파’(이탈리아어로 ‘날씨가 어때요’라는 뜻)에 등장한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전쟁은 언제나 파멸을 부른다”고 했다. 러시아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러시아 또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그는 “각국이 1년간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세계의 어려운 이들에게 식량과 교육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난민의 참담한 상황을 언급하며 “오늘날 지중해가 ‘거대한 공동묘지’가 됐다”고 우려했다. 유럽 각국이 이주민 할당제에 합의해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환경에 관해서는 “1년에 약 300만 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범죄”라고 지적했다.

‘진짜 친구는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친구들이 필요하다”며 관저에 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전임자들이 살던 화려한 ‘사도(使徒)궁전’이 아닌 교황청 방문자의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 그는 “이전 교황들은 성인(聖人)이지만 난 그다지 성인이 아니다”라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친구와 대화하는 우정이 힘을 준다”며 웃었다.

‘탱고의 고장’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인 교황은 자신 또한 탱고를 좋아한다며 “탱고를 추지 않는 사람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의 음반 가게를 깜짝 방문한 일화를 질문받자 “클래식 음악도 좋아한다”고 답했다. 어렸을 때 장래 희망에 대해서는 “푸줏간 주인이 될지 고민했다. 동네 푸줏간 주인이 돈을 한가득 주머니에 넣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대 사회의 주요 위험으로 타인에 대한 비난, 험담, 괴롭힘을 꼽았다. 험담이 인간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가족과 공동체를 분열시킨다고도 했다. ‘신(神)이 왜 무고한 아이들의 고통을 내버려두느냐’는 질문에는 “왜 아이들이 고통받는지에 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믿음을 갖고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교황#경고#러시아#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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