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몰랐는데 6·25 전사”… 72년만에 가족품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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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산 전투’서 산화 故이우서 하사
유해발굴 11년만에 신원 확인
가족들 “집배원만 보면 소식 기다려”

6·25전쟁에서 공산군과 싸우다 산화한 국군 용사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10년 강원 양구 일대에서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이우서 하사(현재의 상병에 해당)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이 하사는 1924년 충남 서산의 한 농가의 5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광복 이전 돈을 벌어오겠다면서 객지로 나간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대에 가니 혹시 영장이 나오면 입대했다고 전해 달라”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가족은 이 하사가 군에 가지 않고 북한이나 일본에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제 강제징용자를 수소문하는 등 오랜 세월 백방으로 행적을 찾다가 끝내 실종된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 하사는 1951년 5월에 입대해 육군 제7사단 8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이후 동부전선의 대표적 요충지인 ‘백석산 전투’(1951년 8월 1일∼10월 1일)에서 교전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은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다른 전사자 유해와 함께 발굴됐지만 신원을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군은 2013년부터 유해 발굴 지역의 전사자 병적자료 등을 정밀 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유족을 집중 탐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이 하사의 본적과 제적등본 기록을 확인하고 남동생인 이우춘 씨를 찾아서 유전자(DNA) 검사를 실시한 결과 형제 관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고인의 신원 확인 소식에 유족은 “군에 간 것도 몰랐는데 전사하셨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군은 전했다. 고인의 종손인 이정희 씨는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온 가족이 우편집배원만 보면 ‘큰할아버님의 소식이 왔나’ 하고 지켜봐 왔는데 이젠 떳떳하게 제사를 올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군은 유족과 협의해 호국영웅 귀환행사를 거쳐 고인을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입대#6·25 전사#백석산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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