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들 얼음 반사 빛 탓… 고글 착용해도 시력 많이 나빠져
전이경, 안과의사 남편에 부탁해… 10여명 무료 라식수술 받게 해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개최국 중국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돼 금메달을 도둑 맞고 화제가 된 류 사오린(헝가리)은 ‘윙크 남’으로도 유명하다. 4년 전 평창 대회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기 직전 중계 카메라를 향해 눈썹을 만지고 윙크를 하는 세리머니를 보여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에도 훈훈한 외모로 똑같은 동작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서 사오린이 평창 때까지 사귀던 영국의 전 여자 쇼트트랙 대표 엘리스 크리스티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한 뒤 당한 ‘복수극’도 핫이슈가 됐다. 크리스티가 2019년 유럽 챔피언십 결선 경주 전 사오린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뒤 엄지손가락을 내리며 ‘저격’한 중계 영상이 재조명된 것. “전 남자 친구(사오린)가 한국에서 눈 라식 수술을 받았고,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보게 됐다”고 비꼬면서 올린 크리스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글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공교롭게도 사오린의 라식 수술은 한국 역대 겨울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 기록을 갖고 있는 전이경 대한빙상연맹 이사가 도와준 것이다. 전 이사는 2016~2019시즌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으면서 시력이 안 좋은 선수들이 정상 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안과 전문의인 남편에게 부탁해 무료 수술을 해줬다. 사오린도 전 이사와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팀 전재수 감독과의 인연, 그리고 한국을 좋아한 덕분에 수술을 받았다. 전 이사는 “당시 사오린과 크리스티에게 수술 의향을 물었는데 크리스티는 뿌옇게 보이는 상태로 스케이팅을 하는 게 좋다고 거절했다”며 웃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빛 반사에 노출돼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전 이사는 “대부분 선수들이 평소에도 두꺼운 안경을 쓸 정도로 눈이 나쁘다. 렌즈를 껴도 금방 눈이 건조해진다. 상대 팔에 맞아 렌즈가 빠지기도 한다. 불편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계주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한 ‘최고참’ 곽윤기(33)와 김아랑(27·이상 고양시청)도 평창 대회 전에 전 이사 남편에게 시력 교정 수술을 받고 확 트인 시야를 얻었다. 곽윤기는 이번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스케이트 날이 망가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고비를 버텨내며 은메달을 지켜냈다. 김아랑은 2014 소치 때부터 3개 대회 연속 계주 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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