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루블료프-우크라 몰차노프
佛 ‘오픈 13 프로방스’ 결승서 역전승… 10년 우정이 ‘평화의 상징’ 만들어
“정치 모르지만 모두에 평화가 있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가 복식 우승을 합작했다. 두 나라 사이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뤄낸 평화의 상징이란 평가가 나온다.
안드레이 루블료프(25·러시아)와 데니스 몰차노프(35·우크라이나)는 2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오픈 13 프로방스’ 복식 결승전에서 벤 매클라클런(30·일본)-레이븐 클라슨(24·남아프리카공화국) 조에 2-1(4-6, 7-5, 10-7)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병력 투입을 명령하기 직전에 두 나라 선수들이 힘을 모아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두 선수 반응은 엇갈렸다. 우크라이나 선수인 몰차노프는 침묵을 지켰지만 러시아 선수인 루블료프는 전쟁만은 안 된다는 의지를 밝혔다. 루블료프는 경기 후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은 모른다. 다만 스포츠는 같은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면서 사람들을 하나로 되게 만드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것 같고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인연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2년 열린 테니스 대회에서 만난 계기로 인연을 쌓은 두 선수는 러시아어라는 공통점을 통해 빠르게 친해졌다고 한다. 몰차노프는 “10년 전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어린 루블료프에게 저녁도 사주며 잘 챙겨줬다”며 “지금은 루블료프 덕분에 내가 생애 처음으로 ATP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 남자 단식에서도 정상을 차지한 루블료프는 단식 세계 랭킹 7위에 올라 있는 선수이고, 몰차노프는 복식 세계 랭킹 77위로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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