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권보호 기여 외국인 3인에 ‘특별공로자’ 귀화 허가
2007년 입국 루마니아 출신 갈 수녀, 의정부 안양 등서 이주노동자 지원
2018년 제주 입국 예멘인 보호 앞장
병원 건설-이민자 지원 등 기여한 美선교사-네팔 스님도 韓국적 취득
“한국인이 됐다는 건 제게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제가 돕는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된 루마니아 출신의 크리스티나 에벨리나 갈 수녀(45·사진)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어로 또박또박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07년 한국에 온 뒤 15년 동안 이주노동자와 이주아동을 위한 활동을 했다”며 “이제는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갈 수녀를 포함해 국내에서 15년 이상 인권 보호 활동을 한 3명에게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수여했다.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었던 인요한 박사가 처음 특별공로자로 한국 국적을 가진 이래 이번까지 총 12명이 특별공로자로 인정됐다.
갈 수녀는 2007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파견되면서 처음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15년 동안 경기 의정부, 안양, 제주 등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아동 지원에 힘썼다. 특히 2018년 제주로 입국한 예멘인 보호 및 지원에 앞장서 ‘예멘 난민의 시스터(sister·수녀)’로 불렸다. 갈 수녀는 천주교 제주교구에 머물며 활동가 2명과 함께 예멘인 500여 명을 지원했다. 건물주를 설득한 끝에 재개발 대상 아파트 15채를 빌려 예멘인들을 머물게 한 것도 그였다. 아프면 직접 병원에 데려갔고, 필요하다면 물건을 구입해 전달했다.
함께 예멘인을 지원했던 활동가는 “여러 기독교 단체가 이슬람 신자인 예멘인 지원을 꺼렸지만 갈 수녀는 선뜻 나섰다”며 “제주 곳곳에 머무는 예멘인들을 찾아다니며 지원하는 역할을 거의 혼자 도맡아 했다”고 돌이켰다.
미국 출신의 웨슬리 웬트워스(한국 이름 원이삼·87) 선교사도 이날 한국 국적을 받았다. 1965년 미국 버지니아공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 들어와 서울과 전남 광주 등에서 병원 건설에 참여했던 그는 2003년 재입국해 기독교 원서를 대학교수들에게 보급하는 선교 활동을 했다.
최근 교수직에서 은퇴하면서 체류 기간 연장에 어려움을 겪던 그를 위해 991명의 성직자와 교수 등이 법무부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50여 년 동안 살아온 한국은 이제 나의 집”이라며 “한국 국적을 받게 돼 영광스럽고,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2007년 입국해 서울 정릉 봉국사에 네팔 법당을 마련하고 이민자를 지원 중인 네팔 출신의 타망 다와 치링(법명 설래·45) 스님도 이날 한국 국적을 받았다. 그는 “한국인으로 새롭게 태어나 너무도 기쁘다. 앞으로도 수행과 봉사를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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