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에 피아노 싣고 다니며 우크라 국경서 연주 獨 마르텔로씨
“음악으로 우크라 사람들 위로”
아프간전쟁-파리테러때도 연주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피란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 7일(현지 시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지친 피란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연주자는 독일 피아니스트 다비데 마르텔로 씨(41). 그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 국경검문소들을 돌며 피란민을 위해 연주하고 있다.
마르텔로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음악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영하 5도의 날씨에 손은 얼어붙고 맑은 콧물이 흘러내렸지만 열정적인 연주는 계속됐다.
그는 “이번 곡은 평화를 생각하면서 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그를 ‘국경의 피아노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독일 남서부 뢰어라흐의 이탈리아계 독일인 가정에서 태어난 마르텔로 씨는 중부 튀링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동안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회에 서던 그는 어느 날 TV에서 전쟁 참상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결심했다. 전쟁과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연주해야겠다고.
그는 그랜드피아노를 야외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스피커와 앰프 같은 전기장비도 부착했다. 이후 이 피아노를 트레일러에 싣고 상실감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다녔다.
2012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주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돌며 피아노를 쳤다. 130명이 숨진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도 연주했다. 그 과정에서 군인이나 경찰에게 피아노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 활동이 계속되자 유럽의회는 “인류애와 협력 같은 공동의 가치 증진에 공헌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너무 위험한 곳만 골라 연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내 삶의 목표는 음악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내일 또 다른 국경검문소에서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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