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 힘내세요” 현수막도 걸어
가게 찾은 대원들 스케치북 등 답례
“응원 전하려다 되레 위로 받아”
“고생하시는 산불진화대원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하려 ‘무료 커피’를 내걸었는데,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시더군요.”
12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의 카페 ‘카페말리’에는 “산불진압 작업자분들께 커피와 음료 무료 제공해드려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점주 김영광 씨(39)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외지에서 오신 진화대원들이 많은데 울진을 걱정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했다”며 “더 많은 대원들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커피, 빵, 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씨는 4일 산불 소식을 듣자 마자 소화기와 갈퀴를 챙겨 차를 몰고 이틀간 울진 곳곳을 돌며 잔불을 정리했다. 이후 산불진압지휘본부 근처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마침 이날 진화 작업 투입 직전인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과 소방대원들이 가게를 찾았다. 대원들은 “오늘은 밧줄을 타고 화세가 센 응봉산에 진입해 불을 끌 예정인데 커피 마시고 힘내겠다. 걱정 말라”고 했다. 김 씨는 “응원하는 마음이 잘 닿았으면 좋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한 해병대원은 김 씨의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색연필, 모자를 선물했다. 끝까지 계산을 고집하는 진화대원도 있었다.
김 씨처럼 산불을 끄기 위해 전국에서 온 진화대원들에게 무상으로 식사 등을 제공하는 울진 지역 자영업자가 줄을 잇고 있다.
울진군의 중식당 ‘청목신신짬뽕’은 12일 “소방관, 산불진압팀 식사 무료”라는 안내문을 가게 앞에 써 붙이고 영업 중이었다. 식당 안에는 소방대원과 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여럿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진화대원 우선 입장’이 방침이다. 식당 점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산불 작업하시는 분들과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보내드린다”고 적어 화제가 됐다. 실제로 주문을 하면서 ‘산불작업’이라고 쓰고 후불 결제를 선택하면 식사를 무료로 줬다. 그러자 전국 각지에서 “음식은 배달 안 하셔도 된다”며 음식값을 결제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고, 점주는 ‘청목신신짬뽕 외(外) 손님들’ 이름으로 울진군 공식 기부처에 500만 원을 전달했다.
울진읍의 한 식육식당은 ‘산불 진화 소방대원, 작업자, 관계자분들에게 육회비빔밥 곰탕 등 무료 제공 및 포장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감자탕 전문점과 분식점 등도 산불 진화대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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