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치버그 거주 허버드씨… 19세딸 키이우 무용 유학중 출산
비행기→기차→도보로 우크라 진입… 피란민 수천명과 탈출에 성공
“어떤 아버지라도 나처럼 했을것”
우크라이나에 있는 딸과 손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국경을 넘은 아버지 윌리엄 허버드 씨가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그의 딸 에이슬린 허버드와 손자 세라핌. WCVB 캡처
“어떤 아버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나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딸과 여권조차 없는 8개월짜리 외손자를 구하기 위해 두 번이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미국인 아버지 윌리엄 허버드 씨의 사연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피치버그에 사는 허버드 씨는 최근 두 번이나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딸과 손자를 슬로바키아 국경 지대까지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의 딸 에이슬린(19)은 2018년 키이우 무용대학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를 배출한 명문으로 당시 이곳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에이슬린은 이곳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지난해 아들 세라핌을 낳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시 에이슬린은 집에서 출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정 분만을 할 때 출생 신고서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아직 출생증명서와 여권이 모두 없는 세라핌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허버드 씨는 딸의 출국을 돕기 위해 지난달 첫 번째로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친자확인 검사로 세라핌의 신분을 확인하고 여권을 만들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와중에 러시아가 침공하자 그는 딸과 손자의 탈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홀로 귀국했다. 기금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와 지역 언론 등에 사연을 공개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지부진하자 다시 우크라이나행을 택했다.
그는 미국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비행기를 또 갈아탔다.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남동부까지 갈 때는 기차, 도보, 모르는 이의 차를 얻어 타며 국경을 넘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수도 키이우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에야 딸과 손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세 사람은 피란민 수천 명과 함께 서쪽으로 이동해 11일 슬로바키아 국경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세라핌은 아직 여권이 없다. 허버드 씨는 “가족을 돌보는 것이 아버지의 일”이라며 딸, 손자와 함께 국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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