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 낳은 세계적 현대음악 작곡가
카네기홀서 ‘정적의 파편’ 공연
“親푸틴 음악가-나머지 구분해야”
“스스로 자신을 조그맣게 만들지 마세요. 한국 젊은 음악가의 역량은 대단합니다.”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61·사진)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세계 무대에 진출한 후배들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과 달리 서양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그들을 상대할 때 우리도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대비로 보면 중국,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음악가가 한국에서 배출된다며 “한국인의 예술가적 기질이 5000년 핏속에 있는 것 같다.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당부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유 또한 젊은 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진은숙은 자신의 두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 ‘정적의 파편’의 카네기홀 공연을 위해 뉴욕을 찾았다. 이 곡은 올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이날 공연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그리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5)가 협연했다. 그는 작곡 전부터 카바코스를 염두에 두고 곡을 썼다며 그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했다. 악기마다 하나의 협주곡만 쓴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카바코스의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아 스스로 원칙을 깨고 두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유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음악가들이 배척받는 현상을 두고 친(親)푸틴 음악가와 나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가깝고 그의 도움으로 음악계의 권력을 잡은 사람은 무대에 세우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러시아 음악가란 이유만으로 연주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일종의 파시즘이자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