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화 작가의 ‘33인의 여성들’(2021년). 학생 간호사 기생 의열단원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실제 역사 속 여성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 서울여담재 제공
1919년 3·1운동 민족대표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33인은 모두 남성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각계각층이 3·1운동에 참여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여성은 많지 않았다.
서양화가 류준화(59·사진)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그렸다. 서울 종로구 서울여담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33인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바치다’는 역사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 33명의 초상을 포함해 총 62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류 작가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신여성 그룹에 대한 조사를 1년가량 하며 과거 신문 기사 등에 나온 사진들을 모았다”며 “그려야 할 사람이 많아 선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33인 중에는 익히 알고 있는 유관순, 나혜석 외에도 2·8 독립선언서를 밀반입해 배포한 김마리아, 의열단원 박차정 등이 포함됐다.
초상 옆으로는 그들을 기리는 제사상 그림 ‘Ritual Table’(2021년) 시리즈가 함께 배치됐다. 제사상 그림에는 와인 커피 수박 계란 화분이 놓여 있다. 주로 여성이 차리던 유교적 제사상에서 벗어나 ‘함께 즐거운 테이블’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류 작가는 “당대 여성과 현대의 우리가 마주 앉아 나들이 떠나듯 서로의 기억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지하 1층에 배치된 과거 작품에는 소녀가 나온다. 갓난아이를 업고 강을 건너는 소녀를 그린 ‘꽃강’(2012년)을 포함해 소녀는 여성들의 일생을 함축한다. 류 작가는 “임신, 출산 등을 통해 여성은 생명을 보듬고 치유하는 존재”라며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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