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후보작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번역가 허정범 간담회
정보라 “소수자 고통에 대해 쓸 것”
허정범 “鄭작품 무조건 번역하고파”
“변기에서 머리가 나와요. 엄청난 상상력이죠.”(허정범 번역가)
“변비가 생긴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정보라 작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편소설 ‘머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에 실린 이 작품은 화장실 변기에서 머리가 튀어 나오는 내용이다. 공포와 유머가 뒤섞인 독특한 작품을 써내고 번역한 두 사람다운 4차원적 답변이었다.
‘저주토끼’의 해외 출간을 담당하는 그린북 에이전시는 이날 정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칼’(2019년·아작)과 단편소설집 ‘그녀를 만나다’(2021년·아작)가 영국 출판사 혼퍼드 스타를 통해 영국판으로 번역 출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작품도 허 번역가가 번역한다. 허 번역가는 “‘저주토끼’는 누가 먼저 낚아챌까 봐 비밀리에 작업했다”며 “정 작가가 쓰는 작품은 무조건 번역하고 싶고 죽을 때까지 번역하고 싶다”고 했다. 허 번역가는 또 “그동안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은 중년 남성 소설가들 위주, 특정한 기성세대 문학 중심으로 전개됐다”며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징어게임’과 ‘브리저튼’은 모두 장르물”이라고 했다.
정 작가는 단편소설집 ‘여자들의 왕’(아작)과 장편소설 ‘호’(아작)를 각각 올 6, 8월 출간한다. 정 작가는 “현재는 해양수산물 시리즈를 쓰고 있는데 문어는 썼고 상어, 멸치, 김 등을 소재로 새로운 소설을 쓸 예정”이라며 “포항 남자를 만나 포항으로 시집을 갔는데 제사상에 너무 큰 문어가 오르는 게 충격적이라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정 작가는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에 내 마음대로 써보자 하며 소설을 썼다”며 “소수자, 고통, 상실에 대해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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