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변호사’로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고 민주화에 기여한 한승헌 전 감사원장(사진)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57년 고등고시 8회 사법과에 합격해 검사 생활을 시작한 한 전 원장은 1965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후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굵직한 시국 사건을 변호하며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렸다. 한 전 원장은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1975년 구속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법원은 재심을 거쳐 한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할 당시에도 공범으로 몰려 투옥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도 주도했다. 한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9년 감사원장을 지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 선거캠프의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진보 진영의 원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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