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2스타’ 안드레스와 직원들… 우크라 90여곳서 50일째 음식 제공
식료품 없는 곳선 사슴 사냥해 조리… “무섭지만 이곳 사람들 도움 필요해”
“무섭냐고요? 당연하죠. 이것은 전쟁입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희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러시아의 계속되는 포격에도 미국의 유명 요리사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50일째 이어가고 있다. 미슐랭 2스타 보유자이자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설립자인 호세 안드레스(53)와 직원들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약 1200만 명분의 식사를 현지 주민들에게 제공했다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CK는 우크라이나에서 키이우, 마리우폴, 부차 등 90여 곳에서 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경 지대에도 난민들을 위한 주방이 열려 있다. 이들은 하루에 약 30만 명분의 식사를 만들고 직접 배달한다. 요리가 가능한 주민들에겐 11kg 상당의 식료품이 담긴 가방도 나눠 준다.
안드레스와 WCK의 직원들은 2월 러시아의 침공 소식이 들려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당시 미국 마이애미주의 한 행사에 참석 중이던 안드레스는 저녁에 예정된 연설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착 후 이들은 빈 창고 등을 부엌으로 개조하거나 현지 레스토랑과 푸드트럭 등을 빌려 음식을 만들고 있다. 15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현지 요리사들도 함께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점령으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봉사는 이어졌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 한 달 넘게 이어진 마리우폴에서는 요리사들이 직접 사슴을 사냥해 지하 방공호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퇴각한 부차와 이르핀에서도 퇴각 날부터 수백 인분의 식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에 상시 노출돼 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있는 한 WCK 주방은 1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현장에 있던 협력 직원 4명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직원들은 “(포격으로 인한) 화상이 다 나으면 다시 부엌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계기로 설립된 WCK는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자선단체다. 전쟁 현장에서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레스는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고 사이렌이 계속 울리는 곳에서 음식을 배달하면 이전과는 다른 상황임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이 여기 있는 이상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제정한 ‘용기와 정중’상의 첫 공동 수상자인 안드레스는 당시 상금으로 받았던 1억 달러(약 1230억 원)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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