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노숙자에 희생된 유나 리
즐겨찾던 공원에 나무-추모벤치
모친 “이 고통, 딸 희생으로 끝나야”
40만달러 넘은 추모금 소수자 지원
“딸아,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니.”
20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프로스펙트 공원. 공원 호수 앞 잔디밭에 5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손에 꽃다발을 들었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곳은 2월 뉴욕 맨해튼에서 노숙자에게 희생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 씨(35·사진)를 위해 유가족이 만든 추모 공간. 리 씨는 생전에 이 공원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리 씨의 지인과 시민들은 이곳에 고인을 기리는 튤립을 심고 추모 벤치를 설치했다.
리 씨의 어머니 이정임 씨는 “1986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내 딸은 태어난 지 6, 7개월 만에 뉴저지주로 이사 가서 그곳에서 건강하게 자라났다. 딸은 항상 다정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어머니 이 씨는 이어 “2008년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대학을 졸업했지만 바로 일자리를 잡았다”며 “딸은 환경과 인권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2월 13일 새벽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노숙자 아사마드 내시(25)는 귀가하던 리 씨를 뒤쫓아 간 뒤 집 안으로 들어가 일면식도 없던 그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욕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단상에는 딸 리 씨가 생일 케이크와 촛불을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 이 씨는 사진 속 딸을 바라보며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니. 네 엄마는 널 도와주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이런 범죄는 한 사람의 희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가족 친지가 여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는가. 이 고통은 내 딸의 희생으로 이제 끝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어떤 말로도 이 슬픈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고인의 무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다 함께 힘을 모아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엔 대만계인 존 류 뉴욕주 상원의원도 참석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인 정치인 그레이스 리 씨는 “고인을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사망한 장소 가까이에 산다”면서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유나 리 씨의 여동생 유진 씨는 언니를 위해 기부된 추모 기금이 현재까지 40만 달러가 넘었다면서 이를 ‘크리스티나 얼라이언스’라는 비영리기구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모인 기금은 여성 및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을 위한 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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