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주 군 “인종차별 표현 이유로
‘앵무새 죽이기’ 등 고전도 금서 지정
공론장 여는 게 중요” NYT에 기고
“인종차별이 어느 때보다 명확해진 지금, 학교는 그 뿌리를 교육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고등학생 윤성주 군(18·사진)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앵무새 죽이기’를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윤 군이 다니는 캘리포니아주 버뱅크고교가 주인공이 흑인 노예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이유 등으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책 5종을 금서(禁書)로 지정한 뒤였다. 두 살 때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서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윤 군은 이 칼럼에서 “단순히 책이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적인 언어를 담고 있다고 해서 금서로 지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묘사나 언어가 인종차별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며 특정 도서를 학생이 읽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빈번하다. 문제는 고전이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작품이 목록에 든다는 것. 하퍼 리의 명작 ‘앵무새 죽이기’를 인종차별 언어가 쓰였다며 금서로 지정하는가 하면,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도 주인공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한다며 교육 도서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에 윤 군은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금서 지정을 철회하라’란 청원을 올렸고 2일까지 약 5000명이 동의했다. NYT가 ‘학생도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윤 군의 온라인 시위를 본 뒤 글을 요청해 이번 칼럼을 썼다고 윤 군은 말했다.
윤 군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 미국에 이민을 왔을 때 부모님과 나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책을 (독서 목록에서) 없애는 대신 읽고 논의하며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군은 최근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증오 범죄(hate crime)’ 피해를 입는 일에 대해 “내 어머니, 할머니 나이의 아시아계가 희생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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