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학교 3년만에 ‘어린이날 축제’… 공던지기 놀이하며 오랜만에 웃음
1시간 지나도 늦은 등교 이어져, 장애인 콜택시 부족 탓… 조퇴도 일쑤
“현장학습은 인프라 부족에 난관… 주변 따가운 시선에 외출하기 겁나”
“더 빨리, 더 빨리!” “청팀, 이겨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우진학교(교장 정동일)에선 4일 3년 만에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019년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야외와 체육관에서 행사가 마련된 것. 이어달리기, 공 높이 던지기 등 오랜만에 열린 행사에 학생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뽀로로 등 인기 캐릭터로 분장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웃음에 몸을 더 크게 움직였고,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추며 활기 찬 시간을 보냈다.
이 학교는 국립 지체장애 특수학교로 전교생 185명 대부분이 휠체어를 탄다. 이날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났을 때까지도 휠체어를 탄 학생들의 등교가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대부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학교에 오는데 배차 시간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등교가 늦어진 것. 공진하 초등교무부장은 “휠체어를 탄 학생은 대형 차량이 아니고는 사실상 등하교가 힘들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하교 시간에 맞춰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면 예상보다 빨리 오는 경우도 있다. 이날도 행사 중 조퇴하는 학생이 간간이 보였다. 배차 완료 후 호출을 취소하면 10분간 호출을 할 수 없고, 언제 다시 배차가 될지 몰라 일단 탈 수밖에 없다는 것.
장애가 심한 학생이 많다 보니 물총이나 비눗방울을 이용한 간단한 놀이를 하려고 해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손가락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물총 방아쇠 등을 당기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전날 수업을 마친 20여 명의 선생님이 학교에 남아 물총과 비눗방울 장난감에 보조기구를 직접 납땜해 연결했다.
이번 어린이날 행사는 학교 내에서 이뤄졌지만 코로나19 전에는 현장학습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로 가는 현장학습도 학생들에게는 도전이라고 한다. 지하철 역사 승강기에는 한 번에 휠체어 1, 2대만 탈 수 있어 학급 전체가 이동하기 어렵고 저상버스도 운행시간이 일정치 않아 타기가 쉽지 않다는 것. 화장실도 문제다. 학부모 배경민 씨(51)는 “기저귀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도 있는데 취학아동의 무게와 크기에 맞는 기저귀 교환 받침대가 있는 공중화장실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장애인들의 외출을 꺼리게 만든다. 다른 학부모 A 씨는 “몇 년 전 어린이날 유원지에 갔는데 면전에서 ‘휠체어 타고 여길 왜 와’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런 일을 몇 차례씩 겪으면 집에서 짜장면 시켜 먹는 어린이날을 보내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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