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수 고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30년 삼성맨 경험으로 사업화 도와
“미래 먹거리 대학 역할 중요해져”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생 대부분은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에 나섭니다. 우리나라 대학도 시대에 맞게 역할이 바뀌어야죠.”
장재수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대표(60·사진)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센터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언급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우리나라 대학 역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사업화하도록 조언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기술을 사업화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2009년 설립된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30여 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삼성맨’ 출신의 장 대표를 2019년 영입했다. 이전까진 교수가 겸임하던 자리에 ‘비즈니스맨’을 앉힌 것. 고려대 개교 후 첫 공대 출신 총장인 정진택 총장의 결정이었다.
장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미래기술육성센터장 등을 지내며 신기술을 발굴해 사업으로 접목시켰던 감각을 바탕으로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에서 교수, 학생들의 연구 성과를 ‘돈 되는’ 사업으로 만드는 멘토 역할을 맡았다. 대학원생이 창업한 소형 가전 회사 ‘에이올코리아’는 장 대표의 조언을 바탕으로 신소재 생산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특허 기술을 토대로 지난해 220억 원을 투자받아 제습·항균 신소재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중이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올해 초 국내 대학 최초로 전액 기업 및 금융사 등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101억 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고려대 교수와 학생이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그간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이 만든 펀드가 주로 정부 또는 학내 자금에 의존했는데 일반 펀드와 견줄 정도의 수익률 목표를 설정하고 민간 자본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지주회사에서 창출된 투자 수익은 대학에 재투자된다. 장 대표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대학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고려대가 이를 선도하도록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창출한 수익을 다시 대학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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