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추락 헬기’ 정비사, 4명에 새 삶 주고 하늘의 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5일 03시 00분


의식 회복 못하자 장기기증 결정
유족 “아들 심장 뛴다 생각하면 위안”

“언젠가 TV에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나오자 아들이 ‘아빠, 그냥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을 살리고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지나가듯 말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게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된 고 박병일 씨(35·사진)의 아버지 박인식 씨(64)가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한 고인의 장기 기증 이유다. 이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 씨가 19일 부산대병원에서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헬기 정비사였던 박 씨는 16일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박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 씨는 고교 졸업 후 항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육군 항공대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 헬기 정비사로 근무하던 박 씨는 사고 전 본인이 평소 바라던 충북소방서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달 구술 면접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박 씨 가족의 슬픔은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7년 전 박병일 씨 누나가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박 씨는 “단 한 번도 가족들 앞에서 험한 말을 한 적이 없던 착한 아들까지 떠나보내게 되어 허망하다”면서도 “아들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 안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거제#추락#헬기#장기기증#박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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