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우크라 주지사 비탈리 김
SNS 활용해 주민들 사기 북돋워
남부 요충지 미콜라이우州 지켜내
NYT “자신감 무장한 항전의 상징”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고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고려인 출신 비탈리 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주지사(41)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주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올 2월 24일부터 남부 격전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미콜라이우를 지켜낸 ‘항전의 상징’이다. 미콜라이우에서 동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헤르손은 러시아에 점령당했다.
NYT는 고려인 4세로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서 태어난 김 주지사에 대해 “그의 판단력과 자신감은 러시아군을 후퇴시켰고 흑해 연안 일대를 점령하려는 적의 열망을 좌절시켰다”고 조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내내 김 주지사의) 미소에는 러시아군 미사일이 우리를 해칠지언정 우크라이나 정신은 꺾을 수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고 했다.
김 주지사는 부친에게 배운 태권도 정신을 강인한 지도력의 비결로 꼽았다. 옛 소련 청소년 농구 대표이자 태권도 사범 자격이 있던 부친에게서 꾸준히 태권도를 배웠다는 것. 그는 “아버지는 민주적으로 엄격하셨다. 정해진 수련 과정을 거쳐 나만의 성과를 내야 했다. (그러한 훈련이) 내가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도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주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침착함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주민들을 독려하며 러시아군의 공세를 버텨냈다. 그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동영상을 거의 매일 SNS에 올려 주민들을 단합시키고 사기를 북돋았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순식간에 50만 명을 넘었다.
한 동영상에서 그가 “국장(國章)에 닭이 있는 국가는 삼지창이 있는 국가를 이길 수 없다”고 한 ‘농담’은 많은 이목을 끌었다. 러시아 국장의 쌍두독수리와 우크라이나 국장의 방패 및 삼지창을 빗댄 것인데 김 주지사는 NYT에 “재밌으라고 말한 건 아니다. 우리 군인들이 더 강하게 느끼길 바라서 의도적으로 한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쟁조차 사랑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고 처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며 작은 승리같이 매 순간 좋은 점을 찾으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주지사는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전쟁은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이기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승리란 “2월 24일 이전 국경으로 러시아군을 되돌려놓고 우리 모든 영토와 국민을 되찾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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