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생일맞춰 기부 이어가
작년엔 美소장 조선 활옷 보존 지원
올 기부금으로 한국회화 도록 제작
2020년엔 국립현대미술관에 기부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위해 써주시면 좋겠어요.”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문화예술 종사자”라고만 소개한 그는 “한국 바깥에 있는 문화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써 달라”고 했다.
약 3개월 뒤 기부 확약을 맺으며 재단이 알게 된 남성의 본명은 김남준(28).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사진)이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BTS의 RM이 지난해 1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도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보존 및 복원에 써 달라’며 추가로 1억 원을 기부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는 RM이 기부 사실을 공개하길 바라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재단 측은 “지난해 RM이 기부한 1억 원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활옷’을 보존할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활옷은 조선 왕실의 공주나 옹주가 가례(嘉禮) 때 입던 궁중 공식 의복이었으나, 점차 민간으로 널리 퍼지며 신부가 혼례 때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은 전통 옷이다. 현재 조선 활옷은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1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가치가 크다. 그중 RM이 복원에 힘을 보탠 LACMA 소장 활옷은 20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은 “이달 말 LACMA에서 해당 활옷을 들여와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한다”며 “예정대로 6개월 작업을 마치면 다시 소장 미술관으로 돌아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의복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기부한 1억 원은 “세계에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던 RM의 바람대로 사용된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해외에 소개하는 한국 회화 도록을 제작하는 데 기부금을 쓸 계획이다.
RM은 2020년부터 매년 자신의 생일(9월 12일)에 맞춰 9월에 문화 예술 분야에 1억 원씩을 기부해왔다. 202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에 기부했다. 미술관 측은 “미술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도록을 만들어 달라는 RM의 뜻을 존중해 근현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담은 도록을 제작해 전국 도서관 등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