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수-명훈-선우 씨 모두 복무마쳐
“대한민국 국민 의무 다하고자 결심”
명훈 씨는 휴가 못나와 영주권 잃어
부친 신경호 씨 “뿌듯하고 대견해”
“자식들이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죠.”
‘해병대 삼형제’의 아버지인 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59)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의 막내아들 선우 씨(21)는 21일 해병대에서 제대했는데, 장남 태수 씨(30)와 차남 명훈 씨(23) 역시 각각 2014년과 지난해 해병대 복무를 마쳤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오래 살아 영주권이 있었던 삼형제는 군 복무를 피할 수 있었지만 모두 자원입대를 택했다. 신 교수는 “아들들이 국가관이 뚜렷한 한국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했다”고 했다.
차남 명훈 씨는 2019년 해병대에 자원했지만 두 번이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매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체력을 단련해 6개월 만에 입대에 성공했다. 경기 김포시의 해병대 제2사단에서 복무한 명훈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 18년 동안 살았지만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 입대를 결심했다”고 했다.
명훈 씨는 군복무 중 일본 영주 자격을 잃었다. 일본의 출입국관리법은 일정 기간 일본에 재입국하지 않으면 영주권을 박탈한다. 그런데 명훈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출국은커녕 제때 휴가도 나오지 못했다. 병무청은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자원입대해 병역의무를 솔선한 그에게 지난해 ‘자원병역이행 명예증서’를 수여했다.
장남 태수 씨는 해외 대학 진학을 고민하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뒤 2012년 해병대에 입대해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6여단에서 2014년까지 복무했다. 어학 능력 등을 인정받아 해병여단 행정병 근무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대신 유사시 적진에 상륙하는 최일선 상륙부대에서 사단장 표창을 받으며 복무를 마쳤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에서 근무 중이다.
막내 선우 씨도 망설임 없이 형들의 뒤를 따랐다. ‘병역 의무를 다하고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선우 씨는 경북 포항에 있는 7여단에서 유사시 적진에 파견되는 정보부대에 복무했다.
삼형제는 선우 씨 제대를 기념하며 21일 태수 씨 집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신 교수는 “막상 백령도로 면회를 가거나 북한 도발 소식이 들려올 때면 ‘공연히 아들들을 위험한 곳에 보냈나’ 싶기도 했다”며 “삼형제가 모두 해병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 정말 뿌듯하고 대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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