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된 요리학교서 ‘김치 응용대회’
317명 지원, 최종 10명 결승 치러
파스타-라비올리 등 서양 음식에
김치 넣은 다양한 퓨전음식 만들어
“김치는 이미 프랑스 음식에 ‘뿌리’를 내렸어요. 요즘 건강을 더 중시하니 발효식품 김치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겁니다.”
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있는 127년 전통 요리 명문 학교 르코르동블뢰에서 만난 올리비에 귀용 교수는 김치가 프랑스인의 입맛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프랑스 요리의 자존심 르코르동블뢰에서 ‘김치 응용 요리대회’가 열렸다. 르코르동블뢰와 한인 비영리단체 아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 식품기업 대상이 후원한 이날 대회에는 317명이 지원했고 최종 선발된 10명이 참가해 결승전을 치렀다.
주로 20, 30대인 참가자 10명은 파리 보르도 마르세유 등 프랑스 곳곳에서 왔다. 이들은 1시간 반 안에 주최 측이 제공한 포기김치 맛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중 하나를 골라 김치 요리를 만들어 냈다. 참가자들은 김치를 볶고 끓이며 쫄깃한 파스타나 파이 속에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김치가 들어간 김치 퓨전 음식 등을 탄생시켰다. 볶은 김치와 잘게 다진 김치가 녹아든 진한 소스가 주로 활용됐다. 상큼한 백김치와 씹는 재미를 주는 아몬드를 곁들인 앙트레(전채 음식)도 눈에 띄었다.
7년 전 워킹홀리데이로 부산에서 1년 반가량 머물었다는 참가자 모니크 라센 씨는 투르트(둥근 프랑스식 파이) 안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아 넣어 프랑스 퓨전 음식을 만들었다. 그는 “부산에서 삼겹살에 김치를 같이 구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그 경험을 살렸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라센 씨는 이날 특별상으로 받은 상금 1000유로(약 139만 원)를 보태 고향 랭스에서 한국식 카페를 개업할 생각이다.
보르도에서 기차를 타고 온 정보기술(IT) 업계 직장인 도냐 자크케 씨는 “한국인 친구가 많아서 평소 김치를 즐겨 먹는데 맛이 특이하면서 매력적이었다”며 “매콤한 김치로 요리해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자크케 씨는 김치를 넣은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와 구운 새우 위에 김치볶음을 얹은 요리를 선보여 2위를 차지했다.
심사를 맡은 파브리스 다니엘 르코르동블뢰 부교장은 “올해로 4회째인데 초기에 비해 김치 요리 수준이 점점 발전하고 있어 놀랍다”며 “프랑스인은 색다른 식재료와 맛을 시도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김치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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