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개면사무소 찾은 70대 남성
1억 입금 영수증과 메모글 남겨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했으면”
사자성어 ‘오유지족’ 활용한 서명도
“멋쟁이 천사가 다녀가셨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노신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현금 1억 원을 쾌척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경 하동군 화개면사무소에 청바지와 바바리코트, 중절모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찾아왔다. 7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고, 임영숙 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 주무관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 남성은 약 20분 후 면사무소로 돌아와 임 주무관에게 기부금 입금 영수증과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영수증에는 ‘1억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기부액을 100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가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란 임 주무관이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남성은 극구 사양했다. 또 “이름이나 신분, 사는 지역 등은 밝힐 수 없으니 묻지 말아 달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가 영수증과 함께 남긴 메모지에는 ‘화개면민 사회복지수급 대상자 중 빈곤계층 고령자, 장애인, 질병자, 아동 등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정갈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이름은 ‘무명인(이름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썼다. 이름 뒤에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을 한 글자처럼 표현한 서명이 덧붙어 있었다. 오유지족은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하동군에는 ‘인동’이라는 지명이 있어 남성이 이 지역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임 주무관은 “남성이 화개면 주민으로 보이진 않았다”며 “화개면민을 특정해 기부한 것으로 봐 어떤 식으로든 화개면과 연고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재만 화개면장은 “이름을 알리지 않은 독지가의 이번 기탁은 각박한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기탁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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