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출신 스타트업 女임원들
번개장터-쏘카-두나무앤파트너스
최재화-김수지-임수진 3인방
“자기주도적 삶에 인생 갈아 넣어”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반복해도 되지 않는 것, 매일 도전할 내용이 바뀌는 것이 스타트업의 매력입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두나무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37)는 스타트업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와 김수지 쏘카 CIO(38), 임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파트너(35)를 함께 인터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CEO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민사고 출신은 흔치 않다. 여성은 더 드물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연구, 대기업을 택한 대부분의 졸업생과 달리 왜 스타트업이란 길을 택한 걸까. 이들은 새로움과 성장, 역동성을 꼽았다.
김 CIO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 지 10년쯤 됐을 때다.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인도의 테크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금융권에 있을 때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회사가 성장하면 그 안에서 나도 성장한다는 점이 업계의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임 파트너는 아예 첫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쌓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티몬에 인턴으로 합류했다가 아예 ‘눌러앉았다’고 했다. 당시 홍콩의 한 금융회사에 입사가 예정돼 있던 터라 어머니를 포함해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임 파트너는 “홍콩 회사 취직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경험할 기회는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에도 대기업이나 금융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매일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는 ‘투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사고에서의 경험이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최 대표는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수학 시험을 본다는 것은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와 경쟁하는 것과 같았다”며 “내가 1등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CIO도 “(민사고에 재학하면서) 자존감을 지키려면 내 무기를 빠르게 포착했어야 했다”며 “남과 비교한다거나 무엇을 포기하기보다는 내 무기를 발굴해 갈고닦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타트업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자기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파트너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직원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투자도 받고, 주주도 고려해야 해 인생을 진짜 ‘갈아 넣는다’”며 “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나가는 분들과 일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