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내일부터 디지털 체험展
정장 입은 尹의사 디지털로 구현
尹시인 삶 담은 VR영화도 공개
시대를 고뇌하는 애국지사 윤봉길 의사(1908∼1932)와 윤동주 시인(1917∼1945)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해 우리 곁에 다가온다.
낡은 사진과 글로만 접하던 윤 의사와 윤 시인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다시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재청은 11일부터 한국문화재재단, 대전시립미술관과 함께 대전 중구 대전창작센터에서 디지털 문화유산 체험전시회 ‘나는-윤동주·윤봉길을 말하다’를 개최한다.
올해 순국 90주년을 맞은 윤 의사는 전시에서 실제로 살아있는 분위기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전해진 사진 속 옛 모습 그대로 정장을 차려입고 미소를 지으며 관객에게 반응한다. 문화재청 측은 “AR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 반응형 스크린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윤 의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사가 현실 같은 느낌이라면, 윤 시인은 VR를 이용해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을 선보인다. 윤 시인의 삶을 다룬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VR 영화 ‘시인의 방’이 이번 전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관람객들은 독립된 방에서 머리에 착용하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쓰고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시인의 방’에서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시 ‘쉽게 쓰여진 시’에서)는 윤 시인의 속내가 절절히 묻어난다. 책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골방에서 윤 시인이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 괴로워하면, 그의 등 뒤로 꾹꾹 눌러 쓴 시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해당 VR 영화는 올 9월에 개최됐던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공동 제작하고, 배우 이상윤이 윤 시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쉽게 쓰여진 시’를 포함해 시인의 대표작 9편과 ‘윤동주 친필 원고’ 등 관련 국가등록문화재가 함께 소개된다.
문화재청은 “전시 공간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도 1958년 농산물검사소가 있던 관공서 건물로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이라며 “전시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27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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