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병실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태연 양(18)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양은 세 살 때 ‘장쇄 수산화 아실코에이 탈수소효소 결핍증(LCHADD)’ 진단을 받고 15년 동안 투병 중이다. LCHADD 환자는 지방산 분해 효소가 없어 적은 활동만으로도 근육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국내 환자가 10명 미만인 희소 질병인데,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김 양은 현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병 때문에 김 양은 어린 시절부터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걷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 1주일 넘게 입원한 횟수만 100번 이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아예 휠체어를 타고 등교했다. 중학생 때 2시간여 동안 소묘 실습을 하다 쓰러진 뒤로는 미술학도의 꿈을 접었다.
어머니 김인영 씨(45)는 한자리에서 장시간 집중하며 앉아 있을 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딸이 수능에 응시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양은 이날 고농도 수액을 맞으며 8시간 넘게 수능을 무사히 치러냈다. 부산시교육청은 병실 안팎에 감독관 2명과 경찰관 2명, 장학사 1명을 배치해 시험을 도왔다.
어머니 김 씨는 “딸은 ‘희소질환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비슷한 병을 앓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 양은 박물관 학예사나 고고학자 등을 꿈꾸며 관련 학과 진학에 도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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