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천장’ 깬 美 첫 여성 하원의장
82세 19선… “차기 지도부 불출마”
美 민주당에 세대교체 신호탄
새 원내대표 흑인-40대 라틴계 경합
미국의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장(82)이 내년 1월 개막하는 차기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서열 3위인 그가 스스로 세대교체의 문을 열고 2선 후퇴를 선언했다. 8일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야당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내준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거에서 19선(選)에 성공한 그는 의원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펠로시 의장은 17일(현지 시간) 하원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민주주의가 장대하고 허약하다”며 “민주주의는 해를 끼치려는 세력으로부터 영원히 수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 첫 하원의원 선거에서 뽑힌 그는 2003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2007∼2011년 하원의장에 이어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다시 하원의장으로 재직하며 여성 정치인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첫 의장 취임 당시 “우리 딸들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을 깨뜨렸다”고 강조했다. 공식석상에서도 20세기 초 여성 운동가들이 흰색 옷을 입고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친 것을 기리기 위해 그 또한 흰색 옷을 즐겨 입었다. 이날도 흰색 상의를 택했다.
그는 2007년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중국과 북한에도 줄곧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1991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년 전 민주화 시위 당시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했다가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올 8월에도 기습적으로 대만을 방문해 미중 군사 긴장을 촉발했다. 1997년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의 인권 상황도 내내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악연을 이어 왔다. 2019년 두 번째로 하원의장에 오른 후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또한 주도했다. 하원에서는 탄핵소추안이 모두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최종 부결돼 뜻을 이루진 못했다.
이날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83) 역시 동반 퇴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30일 경선을 통해 그의 후임을 선출한다. 하킴 제프리스(52·뉴욕), 캐서린 클라크(59·매사추세츠), 피트 아길라(43·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이 경합하고 있다. 제프리스 의원이 뽑히면 미 최초의 흑인 원내대표가 된다. 아길라 의원 또한 라틴계여서 누가 이기더라도 젊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지도부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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