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사람들이 서울대에 입학하길 꿈꾸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서울대에서 강연을 하게 돼 기쁩니다. 저도 여기서 공부하고 싶어지네요(웃음).”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22일 열린 북토크에서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54)는 단상에 오르자마자 서울대 학생 200여 명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날 ‘소설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 작가와의 대화’는 삼성행복대상,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그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가 초대해 열렸다. 그가 한국에 온 건 올해 8월 후 3개월 만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떻게든 순두부찌개를 먹으려 한다”는 글을 올리며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위로로 강연의 말문을 열었다.
“짧은 시간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속상했습니다. 참담했고요. 왜 어린 친구들이 희생됐는지, 왜 사람들이 모이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게 됐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 작가는 솔직하게 답했다. 한 남학생이 ‘파친코’에서 재일교포에 대한 남북의 지원 문제를 다루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뷰한 재일교포들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 의사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2007년 남편이 일본에서 근무할 때 재일교포들을 인터뷰한 뒤 쓴 작품이다.
한 여학생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면서 차별당한 적이 있냐고 질문하자 그는 “그렇다. 하지만 이민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여학생이 “‘파친코’를 쓰는 데 30년이나 걸렸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난 매번 무언가를 하다가 관두고 싶다”고 묻자 그는 학생을 바라보며 차분히 답했다.
“다들 ‘파친코’로 성공한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요, 전 20대 후반에 변호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남들이 모두 말리는 작가의 길을 선택했어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경험한 것과 느낀 것, (재일교포에 관한) 역사에 대해 쓰고 싶다는 꿈이요.”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에 대해 말하며 학생들에게 숙제 같은 말을 던졌다.
“교육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다 새 작품을 쓰게 됐어요. 여러분이 학원에 가는 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그 목표가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건지 생각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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