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한국적 연극을 만들어 온 거장 극작가 겸 연극 연출가 오태석(사진)이 28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 철학과 재학 시절 극단 회로무대를 창단하며 연극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7년 희곡 ‘웨딩드레스’로 등단했고, 1968년 국립극장 공모에 희곡 ‘환절기’가 당선됐다. ‘태’ ‘춘풍의 처’ ‘천년의 수인’ ‘백마강 달밤에’ 등 100편이 넘는 연극을 연출하고 희곡을 쓴 고인은 전통을 개성 있게 풀어내 한국의 색채를 지닌 작품으로 유명하다.
1984년 극단 목화(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창단했다. ‘오태석 사단’이라 불린 목화 출신 배우들은 유해진 장영남 임원희 박영규 손병호 박희순 성지루 김병옥 등이 있다.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1년), ‘용호상박’(2005년), ‘템페스트’(2011년)로 동아연극상 대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템페스트’는 2011년 한국 연극으로는 처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셰익스피어의 시적 운율을 살리면서도 코믹함을 잃지 않고 더 풍성하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05년 호암상을 받았다. 서울예대 교수와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다.
빡빡 민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고인은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함경도, 제주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뿐 아니라 중국 옌볜과 일본 오카사 재일 조선인의 말까지 연극 언어로 되살려냈다. 고인은 “말은 곧 우리의 생각이어서 연극을 통해 언어 순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미투’ 논란 이후 활동하지 않았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 반. 02-225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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