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 내정… 인종-정치 상관관계 연구 선구자
두번째 女총장… 내년 7월 취임
게이 “하버드는 세상과 더 연결돼야”
미국 명문 대학인 하버드대에서 최초의 흑인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636년에 설립돼 올해로 개교 386주년을 맞는 하버드대는 그동안 총장이 모두 백인이었고, 비(非)백인 총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버드대는 이날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문리대 학장(52)을 제30대 총장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게이 내정자는 학생들의 교육 접근성과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 및 연구 혁신에 박차를 가했으며 민족, 빈곤, 인류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게이 내정자는 로런스 배카우 현 총장의 뒤를 이어 내년 7월부터 하버드대를 이끈다.
게이 내정자는 1970년 아이티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 미국 뉴욕에서 성장하다 미군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아버지를 따라 잠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다.
그의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딸의 교육만큼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 결과 게이 내정자는 미 명문고인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1992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거쳐 199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학자가 아닌 엔지니어나 의사, 변호사 중 하나가 되길 원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탠퍼드대 보건정책학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어펜덜리스 박사와 결혼한 게이 내정자는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게이 내정자는 스탠퍼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2006년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사회과학대 학과장, 문리대 학장을 거쳤다. 특히 게이 내정자는 인종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흑인 등 소수인종 선출직 공직자의 선거 출마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미치는 영향, 정부의 빈곤층 주거 지원 정책의 성과 등을 주로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 내정자는 이날 총장 지명 연설에서 “(현실과 괴리된 학문에 몰두하는) 상아탑 개념은 과거의 개념으로 흘려보내야 한다”며 “우리는 사회 속의 일부로 존재해야 하며 하버드는 세상과 더 많이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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