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시죠” 경남 ‘기부천사’ 올해도 성탄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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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모금회에 4700만원 기탁
“중증질환 앓는 아동 위해 쓰이길”
해마다 익명 기부… 누적 5억 넘어

익명의 기부자가 22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현금 4749만4810원과 손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익명의 기부자가 22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현금 4749만4810원과 손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해마다 찾아오던 천사님이 올해도 아픈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가셨네요.”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22일 오전 8시 40분경.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으로 낯익은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모금회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 아시죠, 라는 첫마디를 듣는 순간 ‘경남 기부천사’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경남 기부천사는 연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때마다 익명으로 성금을 보내오는 중년 남성에게 모금회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 남성은 “올해 1년간 모은 돈을 사무국 모금함에 두고 간다. 내년에 또 연락드리겠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모금회 직원은 곧바로 복도에 위치한 이동식 모금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모금함 뒤에서 두툼한 신문지 뭉치 하나를 발견했다. 신문지 안에는 노란 고무줄로 한 묶음씩 묶어놓은 5만 원권과 1만 원권, 1000원권 지폐와 10원짜리 동전 등 모두 4749만4810원이 들어 있었다.

남성은 기부금과 함께 손편지도 남겼다. 노트 종이 한 장을 뜯어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에는 ‘병원비로 힘겨워하는, 중증 질환을 앓는 청소년과 아동의 의료비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기부자는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또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기부한 뒤 발신제한 전화번호로 모금회에 이를 알리곤 했다. 강원도 산불 복구 및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에 600만 원, 지난달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 지원에 1000만 원 등 올해만 6000만 원 이상을 기부했다. 첫 기부를 한 2017년부터 현재까지 5년여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기부한 금액이 모두 5억4500여만 원에 달한다.

모금회 관계자는 “기부천사가 보내주신 성금과 편지에서 지난 1년간 기부를 준비해 온 마음이 느껴졌다”며 “기부자의 바람대로 아픈 아이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 필요한 곳에 성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기부천사#4700만원 기탁#익명 기부#누적 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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