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빌리러온 관광객에 침실 제공
한국인들은 한국음식 요리로 보답
“폭설로 맺은 인연 덕에 따뜻한 성탄”
미국으로 신혼여행 온 최요셉 씨(27) 부부와 한국인 단체 관광객 일행은 23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뉴욕주 버펄로시 외곽 윌리엄즈빌을 지나고 있었다. 1시간 전부터 눈보라가 퍼붓더니 목적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30분 앞두고 차량이 눈에 파묻혔다. 승합차 문을 가까스로 열고 나온 최 씨가 앞에 보이는 집 문을 두드렸다.
“실례지만 삽을 빌릴 수 있을까요?”
알렉산더 캠파냐 씨(40) 부부가 영하 12도 날씨에 눈에 갇힌 차량과 그 안에서 초조하게 있던 한국인 9명을 바라봤다. 그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최 씨와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다. “(폭설로 유명한) 버펄로 주민으로서 이번 눈은 차원이 확실히 달라요. 이번 폭설은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 최대 빌런)급’이라니까요.”
최 씨 부부를 비롯해 딸과 여행 온 부부, 현지 유학생과 그 어머니,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이 주춤주춤 집으로 들어섰다. 캠파냐 씨 부부는 이 낯선 한국인들에게 소파, 침낭, 매트리스가 충분한 침실 3개를 내어줬다.
예상 밖의 환대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한국인들은 그날 밤 한국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최 씨는 26일 통화에서 “각자 가져온 한국 식재료를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둘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국 레스토랑에서 첫 데이트를 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캠파냐 씨 부부 집에는 고추장, 간장, 참기름에 김치, 밥솥까지 있었다.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이 속속 준비됐다. 다음 날 저녁에도 근사한 한식들이 식탁에 올랐다. 캠파냐 씨 부부는 미 뉴욕타임스에 “뜻밖의 인연으로 만난 이분들 덕분에 한국 음식 조리법을 제대로 알게 됐다. 정말 특별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25일 도로 제설 작업이 끝나면서 최 씨 일행은 마중 나온 차량에 올랐다. 캠파냐 씨 부부와 컵라면에 밥까지 먹은 뒤였다. 최 씨 부인 클레어 씨는 갖고 있던 한국산 마스크팩을 모두 부부에게 건넸다. 최 씨는 “내가 한국에서 낯선 외국인들을 이렇게 대접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며 “예상치 못한 ‘눈 참사’가 맺어준 인연 덕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캠파냐 씨 부부는 “절대 이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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