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자 찾다 순직 故유재국 경위 유족, ‘히어로즈 패밀리’로 지원
충격에 조산한 아이 뇌성마비 앓아
보훈처, 재활치료 지원금 1000만원
자생의료재단도 후원 의사 밝혀
“올해는 꼭 아이랑 손잡고 동물원에 놀러 가고 싶어요. 새로운 세상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게 소원입니다.”
고 유재국 경위(순직 당시 39세)의 아내 이꽃님 씨는 6일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된 뒤 이처럼 기뻐했다.
3년 전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인의 유족을 돕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팔을 걷고 나섰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2월 전몰·순직 군경 및 소방관의 미성년 유족을 돕기 위해 발족시킨 민관 지원 협력 사업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씨는 남편 유 경위를 잃었을 당시 임신 중이었다. 그 충격으로 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일찍 아들 유이현 군(현재 3세)을 출산했다. 설상가상 유 군은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매달 치료비만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이 씨는 순직 공무원 연금으로 매달 치료비를 충당해야 했다. 이 씨는 “연금을 치료비로 쓰다 보니 어떤 달은 생활비가 부족했다”며 “그렇게 3년을 지내며 한계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후원을 받게 돼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를 접한 국가보훈처는 6일 유 경위 아들의 재활치료 지원금 1000만 원을 이 씨에게 전달하는 한편 추가 지원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자생의료재단도 순직 영웅의 유족을 위로하고 생활 안정 및 자녀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후원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씨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 되면 아들의 심리 상담부터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겨 아이와 평범하게 소풍도 가고 동물원에도 가고 싶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15일 유 경위는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으로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투신한 남성을 수색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멘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 경위는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애를 쓰다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구조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당시 유 경위는 이미 한 차례 잠수해 수색을 벌인 뒤에도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만 더 살펴보자”며 물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유 경위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과 1계급 특진 추서로 예우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 경찰 최초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순직 경찰로도 인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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