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금학동 전통시장 상가 화재때
할머니 “냉장고에 소중한 물건” 읍소
직접 뛰어들까 걱정돼 위험속 진입
수천만원 든 비닐봉지 찾아 돌려줘
“불길이 거셌지만 할머니의 울음 섞인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소방관들이 상가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70대 할머니의 현금 다발을 찾아다 준 사연이 29일 뒤늦게 알려졌다.
화재는 28일 오전 4시 40분경 강원 강릉시 금학동 전통시장 인근 상가에서 발생했다. 점포가 밀집돼 불길이 쉽게 집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 할머니 상인이 불을 끄던 강원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소속 소방관들에게 다가왔다. 이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정말 소중한 물건이 가게 냉장고 속에 있다”고 했다.
문덕기 소방위(49)와 안태영 소방장(35)은 이웃 점포에서 시작된 불길이 할머니 점포로 번지는 상황에서 잠시 고민했다. 문 소방위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차례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는데도 할머니가 계속 통사정했다”며 “저러다 직접 뛰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진입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 대원은 점포 안에 물을 집중적으로 뿌려 불길을 줄인 후 점포에 진입했다. 이어 가게 입구 가까운 곳에 있던 냉장고를 발견했지만 이미 냉장고 뒤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두 대원은 냉장고 아래칸에서 검은 비닐봉지 3개를 찾았는데 불씨 때문에 생긴 비닐봉지의 구멍 사이로 5만 원권 지폐 다발이 보였다.
빠져나온 대원들은 비닐봉지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한 후 이를 전달했다. 비닐봉지 속에 들어 있던 지폐는 일부 훼손됐지만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려준 돈은 수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돈을 받은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 점포에서 건강식품을 팔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냉장고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소방장은 “인명 피해 없이 할머니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주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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