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구글, 정전 70주년 기념행사
전후 재건 헌신 故위트컴 장군 포함
6·25-DMZ 콘텐츠 5000여점 공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대형 스크린에 지름 1cm 남짓한 포탄 파편 사진이 등장했다. 6·25전쟁 참전 용사였던 고 이학수 씨를 화장(火葬)할 때 나온 파편이었다. 1952년 경기 사천강 부근에서 벌어진 장단지구 전투에 참전했던 이 씨는 머리 속에 박힌 이 중공군 포탄 파편을 53년 동안 지닌 채 살았다.
파편 사진을 본 이 씨의 아들 이병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생전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린 듯 목멘 소리로 말했다. “기억 속 아버지는 늘 벽에 머리를 기대고 쪽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머리 속에 박힌 파편으로 인해 생긴 짓눌리는 듯한 고통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버지의 화장터에서 유품으로 전달받은 이 쇠구슬은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자 슬픔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녀인 저도 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정전 후 70년이란 세월의 무게에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국가보훈처와 구글코리아는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어메이징 70, 구글 아트 앤 컬처 DMZ(비무장지대)’ 헌정식을 진행했다. 구글은 보훈처와 함께 6·25 전쟁 관련 영상과 사진 등 콘텐츠 5000여 점을 총망라한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아트 앤 컬처’를 구축해 이날 세계에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참전 용사와 보훈 가족들이 참석해 전쟁의 참상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선 전쟁 이재민을 돕고 한국 재건에 헌신했던 고(故) 리처드 위트컴 장군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위트컴 장군 스토리와 관련 자료도 전시 플랫폼에 포함됐다. 1953년 부산 미 제2군수기지 사령관으로 국내에 파병된 위트컴 장군은 같은해 부산 역전 대화재로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했을 때 군수 창고를 열어 2만3000여 명 분량의 식량과 의복을 지원했다. 그는 1954년 퇴역 후에도 한국에 남아 학교와 의료 시설 설립 등을 도왔다. 손녀 다프네 씨는 이날 한국어로 “할아버지가 지켜주신 아름다운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인적이 끊겨 멸종위기동물들의 터전이 된 DMZ의 사진과 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세계인이 전쟁의 역사는 물론 DMZ의 경이로운 자연환경을 접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정전 70주년 의미와 참전 영웅들의 숭고한 인류애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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