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에서 희미하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 이분은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으로 튀르키예(터키)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됐던 유지훈 대원(39)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지 활동 중 생존자를 포착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 대원은 튀르키예에 도착한 지 이틀 만인 11일 오전 7시경(현지 시간) “잔해 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현지 주민들의 외침을 듣고 달려갔다. 잔해 더미에 귀를 대고 집중하자 희미하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지진 발생 후 72시간 골든타임이 이미 지난 시점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유 대원은 일단 주변의 구조팀 대원 20여 명을 불러 모았다. 붕괴된 건물은 총 5층인데 할머니는 지진 당시 3, 4층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측면에선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무너진 건물 위에서부터 망치와 드릴 등을 이용해 잔해를 한 겹씩 깨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구조를 시작한 지 6시간 만인 오후 1시경 할머니 남편이 먼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할머니 손이 보였다. 잔해물을 헤치고 30cm가량 구멍을 더 파자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이어 가슴까지 잔해물 더미에 갇힌 할머니 모습이 나타났다.
유 대원은 “이때부터 구조 작업에 더 신중을 기했다”고 했다. 작업 과정에서 할머니 몸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 조금씩 잔해물을 제거한 끝에 결국 할머니를 구출해 냈다. 매몰된 지 130시간 만이었다.
유 대원을 비롯한 한국 1진 구호대 118명은 9일부터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다. 쉼 없이 활동한 끝에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한 뒤 18일 귀국했다. 현재 2진 구호대가 현지에 파견돼 있다.
유 대원은 힘들 때마다 한국에 있는 두 딸(7세, 1세)을 생각했다. 유 대원은 “현지에서 여섯 살짜리 딸이 탈출하지 못했다면서 오열하며 구조를 부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딸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또다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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