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교수, 대만 현대시인협회장에
1988년 유학, 중문학 박사 후 정착
협회, 韓국적 金교수 위해 회칙 바꿔
“30년간 대만 시인과 교류로 결실”
“아버지(김광림 시인)의 뒤를 이어 1980년대 돈독했던 한국과 대만, 일본 시인들의 관계를 되살리고 싶습니다.”
대만 현대시인협회장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상호 대만 슈핑과기대 교양학부 교수(62)가 최근 선출됐다. 김 교수는 8일 전화 통화에서 “대만, 일본 시인들과 형제처럼 지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30년간 대만 시인들과 많이 교류했더니 회장이 됐다”며 “재임 기간 아시아 시단의 교류에 적극 나설 시인들을 찾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회장 임기는 3년이다.
중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인 김 교수는 경기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대만으로 유학 가 중산대에서 중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에 정착했다. 2000년 7월 대만 현대시인협회 창립 때부터 회원으로 활동했다. 한국 국적인 김 교수를 위해 협회는 대만 국적자가 아니어도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회칙을 바꿨다. 김 교수는 “대만 현대시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는 28대 한국시인협회장(1992∼1994)을 지낸 김광림 시인(94)의 아들이다. 김 시인은 1981∼1993년 대만 시인 천첸우(陳千武·1922∼2012), 일본 시인 다카하시 기쿠하루(高橋喜久晴·1926∼2008)와 함께 아시아현대시집 시리즈 출간을 주도하며 아시아 시단 교류의 첫 단추를 끼웠다.
김 교수 역시 한국에서 아시아 문예지를 발간하는 ‘푸른세상’과 대만현대시인협회를 연계해 2013년부터 해마다 ‘아시아 시 감상축제’를 개최해 왔다. 2006년 김 시인의 시선집 ‘반도의 아픔’, 2013년 문덕수 시인(1928∼2020)의 시선집을 각각 대만과 중국에 번역 출간했고, 국내에는 천첸우 시인의 시집을 번역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11년 병중에 있던 천 시인를 보러 대만에 오신 아버지가 서로 다신 못 볼 거란 생각에 하염없이 손을 흔들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1905∼1928) 연구회장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올해 5월 조 의사와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 대한독립 4대 의사를 조명하는 학술회의를 한국외국어대에서 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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