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부상 시민, 43년만에 꼭 잡은 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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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군 출신 김귀삼씨 양심고백
“시위 진압과정 대검으로 시민 찔러”
버스 탄 채 총상 입었던 김태수씨
“계엄군 트라우마 고통 듣고 용서”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 씨(왼쪽)와 계엄군 총격에 부상을 입은 김태수 씨가 악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김귀삼 씨(왼쪽)와 계엄군 총격에 부상을 입은 김태수 씨가 악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총에 대검을 장착해 시민군으로 저항하다 잡혀온 분을 찔렀습니다. 그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꼭 사죄하고 싶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3공수여단 중사로 진압에 투입됐던 김귀삼 씨(68)는 14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김 씨는 이날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오늘의 증언이 5·18 진상 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에서 당시 계엄군 소속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을 고백했다.

김 씨는 “광주교도소에 배치됐을 때 실탄이 지급됐고 접근하는 트럭 바퀴를 향해 총을 쐈다”며 발포 사실도 공개했다. 또 “5·18 이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찾아와 희생자들 암매장 장소를 물었는데 이후 (암매장된) 희생자 시신을 모아 화장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건 은폐에 군부가 조직적으로 나섰던 정황을 밝혔다. 고향이 광주인 김 씨는 형과 동생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웠던 심경도 털어놨다.

증언 자리에는 5·18 당시 부상을 당한 김태수 씨(70)도 동석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가다 당시 김귀삼 씨가 지키던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계엄군으로부터 총격을 당했다. 생명은 건졌지만 계엄군에 붙잡혀 고문도 당했다. 김태수 씨는 “당시 3공수여단 군인은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엄군들이 여전히 극심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단 사실을 접하며 용서하게 됐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계엄군#부상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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