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의장 관훈포럼 기조연설
“SM인수 놓고 내부서도 찬반 양론
인수전 예상밖 과열돼 중단 결정
K팝 성장세 꺾여 인프라 탄탄해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두 번 제안했고 모두 거절당했다. 최근 SM 인수전에서 벌어진 시장 과열은 예상밖이었다. 일련의 과정이 미래지향적인 하이브스럽지 않다는 생각에 인수 중단 결정을 내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51)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 중단 발표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에스엠 인수전에 대해 말했다. 방 의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팝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관훈포럼에 연사로 초청됐다. 이날 방 의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K팝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에스엠 인수전과 관련해 설명했다.
방 의장은 2019년 에스엠에 인수 제안을 두 차례 했고, 모두 거절당한 사실을 처음 밝혔다. 그는 “(에스엠 인수에 대해서는) 매번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찬성 의견은 글로벌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K팝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반대하는 쪽에선 그 정도 규모의 돈을 글로벌 시장에 쓰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중순 다시 한 번 인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엔 에스엠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지난달 갑자기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전 총괄이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고, 과거에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에스엠 경영진과 벌였던 치열한 인수전, 에스엠 주가 급등으로 인한 시장 과열은 “예상밖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방 의장은 “평화적으로 인수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처음 인수를 생각했을 때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많은 부담을 감내하며 인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글로벌하고 혁신적인 데 투자하자는 결정을 내리며 인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인수에서 하이브는 미래의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 협력에 대해 카카오와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고 했다.
하이브의 인수 포기에 대한 이 전 총괄의 반응도 밝혔다. 그는 “(카카오와의) 합의 중간에 이 전 총괄에게 말씀드릴 수 없었다. 합의 후 소상히 설명드렸다.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으셨고,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말씀하신 게 다다”라고 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에스엠 지분(14.8%)에 대해선 “담당 직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 의장은 K팝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K팝에서도 삼성,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 탄생을 뒷받침해 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서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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