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교과서로 통하는 ‘반도체 집적도는 2년 안에 2배로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한 고든 무어 미국 인텔 공동 창업자(사진)가 24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제패한 인텔을 이끌며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주도한 반도체 거인의 사망 소식에 실리콘밸리는 애도를 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인텔 측은 이날 무어가 하와이 자택에서 가족이 함께한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1929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무어는 10세에 화학자를 꿈꿨다. 1946년 새너제이주립대에 화학 전공으로 입학한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를 거쳐 1954년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화학 및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6년 쇼클리 반도체연구소에 개발자로 들어간 무어는 훗날 인텔을 함께 창업한 평생의 동반자 로버트 노이스를 만난다. 1957년 무어는 노이스를 비롯해 연구원 8명과 함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했다. 여기서 기존 게르마늄 대신 실리콘을 소재로 한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다. ‘실리콘밸리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과 갈등을 겪던 무어와 노이스는 퇴사한 후 1968년 7월 인텔을 설립한다. 이후 앤디 그로브를 채용하며 세계 1세대 반도체를 이끈 ‘인텔 트로이카’를 이루게 된다. 1975∼1987년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무어는 메모리 사업을 정리한 시점에 맞춰 그로브에게 CEO를 넘기고 회장으로 2선 후퇴했다. 1997년 명예회장이 된 무어는 200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1965년 과학 잡지 ‘일렉트로닉스’ 창간 35주년 특집호에서 “기술 향상으로 반도체 회로 집적도가 매년 2배로 증가할 것이며 이 추세는 향후 10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을 소개했다. 10년 뒤인 1975년 그는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이 아닌 2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을 수정했다. 이 법칙은 2010년대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약 40년간 지켜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어는 2015년 이처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한 번 정확하게 예측하면 그 후에는 다른 예측을 하지 말라”고 농담을 했다.
무어는 2000년 아내와 함께 설립한 ‘고든앤드베티무어재단’을 통해 과학 발전과 환경보호 운동에 현재까지 약 51억 달러(약 6조6300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미 정부 자유훈장을 받았다. 무어의 순자산은 약 72억 달러(약 9조3600억 원)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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