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유기업이 조사 보고서 발표
“노예제 통해 생산한 면화로 부 축적”
1면 특집기사로 다루며 공식 사과
피해 후손에 160억원 배상하기로
“과거 가디언이 언론으로서 노예제를 지지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200년 역사의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29일(현지 시간) 창립자 존 에드워드 테일러(1791∼1844)의 대서양 노예무역 관련 행적을 공개 사과했다. 이날 가디언은 신문 1면에 ‘가디언 소유자가 (회사) 창립자들이 노예제에 연관된 것을 사과하다’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전날 가디언을 소유한 미디어 기업 ‘스콧 트러스트’가 발표한 창립자 테일러와 노예무역 연관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초 면화 거래상이던 테일러 및 창간 자금을 지원한 지역 상인 11명 중 9명이 노예제와 관련됐다. 면화 무역에 종사한 남은 2명도 노예제와 연관됐을 확률이 높다.
가디언 전신 ‘맨체스터 가디언’은 1821년 맨체스터에서 창간됐다. 면화 도시(Cottonpolis)로 불릴 정도로 당시 맨체스터는 아메리카 대륙, 서인도제도에서 면화를 수입해 거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면화는 대부분 노예들이 경작한 것이었다.
창립자 테일러의 기업 ‘테일러 & 코’는 1800년대 초반 서인도제도, 브라질, 수리남과 미국 남부에서 노예제로 목화를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장들과 맨체스터 수입상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공개된 테일러 & 코 송장(送狀)에는 농장 및 노예 주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디언 창간 자금을 지원한 조지 필립은 당시 자메이카 하노버에 사탕수수를 키우는 ‘석세스’라는 플랜테이션 농장을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필립의 농장에는 노예가 108명 있었다. 영국 정부가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하자 필립은 자유롭게 된 노예들 값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콧 트러스트 이사회는 “테일러와 자금을 지원한 인사들 대부분과 노예제 간의 연관성은 분명하다”며 “이들의 반인륜적 범죄에 무조건적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스콧 트러스트는 조사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향후 10년간 과거 노예제 피해자들의 후손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남동부 시 제도(諸島)나 자메이카에 1000만 파운드(약 160억 원) 규모 배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 흑인 독자를 위한 보도 확대 및 신입·중견 흑인 기자 지원 확충 계획도 전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 운동을 계기로 2020년 가을 가디언이 영국 노팅엄대 및 헐대 등과 함께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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