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되찾은 대동여지도 목판본
대동여지도 위에 동여도 내용 더해
기존 대동여지도 목판본의 한계 채워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선을 표시한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에서 군사시설까지의 거리 등 조선의 지리 정보를 빼곡히 담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목판본’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이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 총 23첩의 이 지도는 모두 펼친 뒤 이어 붙이면 세로 6.7m, 가로 4m 크기가 된다.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1804∼?)가 1864년 제작한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동여도(東輿圖)에 기재된 주기(註記·지도 여백에 영토의 역사와 지도 제작법, 사용법 등을 적어놓은 정보)와 교통로 등 지리 정보를 추가로 필사한 조선전도다. 문화재청은 “대동여지도 위에 동여도의 내용까지 필사된 판본이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 저본(底本)으로 삼았던 조선전도로, 1만8000여 개에 달하는 지명과 조선시대 교통로, 군사시설 등이 빼곡히 담겼다. 동여도의 제작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동여지도에 묘사된 산맥과 형태가 유사해 역시 김정호가 만들었을 것이란 설이 지배적이다.
김기혁 부산대 명예교수(지리학과)는 “환수된 지도는 몸통은 대동여지도 목판본, 머리는 동여도라고 할 수 있다”며 “목판으로 새겨지면서 주기와 지명이 생략된 기존 대동여지도 목판본의 한계를 채워준 더욱 완전한 형태의 조선전도”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이 지도에는 1712년 백두산에 세워진 백두산정계비와 인근에 세워진 방어시설 혜산진 간의 거리가 필사돼 있는데, 이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는 없고 동여도에 나와 있는 정보다. 김 교수는 “유사시 국경 지역에서 방어시설까지 가는 거리를 측정해 지도에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울릉도 일대가 묘사된 제14첩에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는 없지만 동여도에는 기재돼 있는 ‘울릉도행 배의 출발지’ 정보가 적혀 있다.
지도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필사본으로 제작돼 대량 생산되지 않았던 동여도를 접했을 정도라면 고위 지식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19세기 중반 대동여지도 목판본이 조선 사회에 보급되면서 해당 지도 위에 지리정보를 추가한 주문 제작 체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 지도의 결합은 한반도 강역을 하나의 지도로 완성하려는 당대 지식인들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7월 해당 지도를 소장한 일본인이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유물의 존재를 파악했다. 지난해 12월 두 차례 자문회의를 거쳐 지난달 매입해 이달 17일 국내로 환수했다. 대동여지도 판본은 환수본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외에 38건이 전해지며, 이 중 3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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