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유엔 48개 회원국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간첩 혐의로 구금한 러시아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다음 달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에 구금된 에번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사진)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 당국이 정치적 이유로 억류한 사람들을 석방하고, 가혹한 언론 자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WSJ에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미국이 주도했으며 한국 일본을 비롯한 미 동맹국들과 유럽 주요국들이 동참했다. 이에 대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그의 유죄 여부는 법원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17일 구금 이후 처음으로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교도소에서 만났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레이시 대사는 “그는 건강하며 여전히 강하게 버티고 있다”면서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 당국이 게르시코비치 기자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 것은 “분명히 감사한 일”이라며 “(미국) 외교관이 그를 정기적으로 더 자주 만나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옛 소련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수용됐다. 탈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 20년의 중형이 나올 수 있다.
FSB는 “게르시코비치는 미국 정부 지시에 따라 러시아의 한 군산복합기업 활동에 대한 기밀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WSJ는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것이 체포 이유라고 반박했다. 미 정부는 10일 이번 사건을 ‘부당한 구금’으로 공식 규정하고 국무부 대통령 인질 특사가 관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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