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메시지 적은 액자-성금도 전달
“브로드웨이 사람들 ‘마음의 고향’
미스터M은 전설… 무척 그리울 것”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39년간 식당 ‘스타라이트 델리’를 운영한 김민 씨(71)가 가게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김 씨 주위에는 브로드웨이 배우와 극단 관계자 등 단골 수십 명이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훔쳤다. 지난달 28일 델리 영업 종료를 앞두고 단골들이 작별을 고하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이 브로드웨이 단골들은 김 씨 부부를 위해 미국에서 작별할 때 상대방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 ‘해피 트레일(Happy Trail)’을 합창하고 각자 감사의 뜻을 적은 커다란 액자를 선물했다. 노래를 들으며 김 씨의 부인은 두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또 은퇴 선물로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을 김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이들의 뭉클한 이별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29세이던 1981년 뉴욕에 이민 와 1984년 타임스스퀘어 인근 44번가에 델리를 열었다. 델리는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 수프, 커피 등을 파는 곳이다. 40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문을 열어 브로드웨이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처럼 된 이 가게의 마지막을 CBS방송, 폭스뉴스 같은 미 언론도 집중 보도했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 역을 초연한 제임스 먼로 아이글하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굴에 반짝이를 붙이며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김 사장님이 극장 분장실로 샌드위치를 가져다줬다”며 “추억이 많은 곳”이라고 전했다. 닉 포레로 극장 미술감독은 CBS에 “미스터 M(김 씨 애칭)은 우리 업계 전설적 존재였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고령의 나이와 임차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가게를 접는다고 전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 씨는 “자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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