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지적장애 아들과 생이별
“수년간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해”
경찰 유전자 등록제도 통해 상봉
“내 새끼 맞네. 맞아!”
정청명 씨(79)와 부인 차타동 씨(75)는 4일 오전 경남 양산시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종됐던 아들 은석 씨(54)를 보자마자 끌어안으며 외쳤다. 지적장애가 있던 은석 씨는 아홉 살이던 1978년 12월 혼자 경남 창원시 완암동 집을 떠난 뒤 부모와 연락이 끊겼다.
45년 만의 재회는 경찰이 운영 중인 ‘유전자(DNA) 등록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자나 깨나 아들을 생각하던 아버지 정 씨는 올 3월 뒤늦게 이 제도를 알게 돼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유전자를 등록했다. 아들 은석 씨는 지내던 장애인복지관 무궁애학원의 도움을 받아 2004년경 이미 유전자를 등록한 상태였다.
경찰은 DNA 분석을 통해 아버지의 구강 표피에서 채취한 유전자가 아들과 99% 이상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가족 상봉을 추진했다. 어머니 차 씨는 “아들을 잃어버리고 인근 보육원이란 보육원은 다 돌아다녔다. 생전에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아들을 찾게 돼 너무 기쁘다”며 경찰과 복지관 측에 감사를 표했다.
지적장애인인 은석 씨는 어린 시절부터 길을 잘 잃었다고 한다. 부부는 은석 씨가 사라진 후 실종신고를 하고 수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했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은석 씨는 실종 8일 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발견된 후 무궁애학원으로 옮겨져 현재까지 지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전자 등록제도를 집중 홍보해 장기실종자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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